Yun Cheagab, the curator
The beak of an eagle with a tail of the phoenix
In 2021, Hwang Ran's work was installed at Facebook headquarters in New York.
My understanding towards her overall work process has changed after seeing the piece which connects a beak of an eagle with a tail of the phoenix. As Roland Barthes distinguished the work as an object of consumption and the text that denies it, Hwang discovered the key which are the veins and cells of the work hidden under the skin that shines bright and brilliant.
It was pandemic back then. Through that struggle, humanity realized one simple fact. As all fish in a fish tank drink the same water inside it, all humanity around the world is breathing the same air as well as non-human beings. Now we are with the ‘view of the world (世界感)’ that communicate and adores beings excluded and degraded by human based point of view. Before there was the ontology exploring the foundation of non-human and only human but now interests and perspectives are expanding towards ecosophy focusing on the relationship between human and non-human.
The work of Hwang Ran at headquarters of Facebook contains uncountable lines of network that connect numerous dots. They are not just a drawn line on the plane surface but exist in space. The dots and lines of the work are like cells and veins of the work. They are all related and interdependent as they are the key aspects of the human body and physicality of the work. As net knots and a net of Mandala considering all connected beings in universal scale, the work of Hwang Ran is the ‘net of relations’ itself. Images and objects can only present themselves through the network of net knots and a net. This means that the ‘relation’ means the ‘whole’. There is no boundary and a center in the world of networks. In addition, there is no centrifugal and centripetal force that revolves around some kind of priority. The work of Hwang Ran illustrates the term ‘Sangjeuk(相卽)’, the world of pure network that each sides requires the other as long as one of any side is present.
The headquarters of Facebook where the work is installed is also very symbolic.
This is the platform that connects all humankind regardless of their nation, race or religion.
When www(wood wide web) refers to an analog network of plants and nature, www(world wide web) represents a digital network of artificial civilization.
By installing the work in this place, two disparate worlds of www are dissolved into one. This means the world of visual atoms came into the virtual world of bits. This seems like an attempt to build the real world inside a virtual network and integrate them. In this aspect, I would like to praise not only the artist but also the curator who planned and implemented the project.
Consequently, there is no use in saying Hwang’s work is oriental or Korean. Clear distinctions and setting boundaries only work for the convenience and benefit of ‘human/subject’. The architectural construction of Hwang Ran reminds of an endlessly expanding archipelago of stars in space. This kind of ‘self-organization’ and ‘self-systematization’ could be the fundamental law yet mystery of the world, and also how the work of Hwang Ran is produced, related, and exists. The spider and webs at the top of this piece, combining the eagle's beak with the phoenix's tail, are very fascinating and symbolic as well. Spiders seems like a metaphor for the artist herself, constantly trying to gather and create independently.
The spiders and webs that appear in the work of Hwang Ran are made of ‘buttons’ and ‘pins’, her signature materials. As far as it’s known, she is the only artist that uses buttons and pins as main in the world. Buttons and pins of Hwang Ran remind us of bits, 0 and 1 in the digital world. As creating indefinite virtual worlds only with 0 and 1, accomplishing civilization by building sentences with consonants and vowels, she illustrates plum blossoms with buttons and pins, constructs buildings and a world of images. She creates all these wonders like a milky way with such common objects like buttons and pins. Hwang Ran connects and combines ‘dots and lines’, ‘buttons and pins’ representing consonants and vowels, digital and analog, veins and cells to create her own web world. Her artistic life is like a spider and its web, so they are all consistent and connected to one. Therefore her work becomes every network of non-human beings and the essence of the universal network that is connected to her existential being.
The work of Hwang Ran can be established by the term relationship. When ‘Bartistic texts’ are connected to viewers’ view of the world (世界感) and activate, the work and the viewers are sucked into the whole new world of network. Just like an incident in a second, her work reborns every second by chains of relationship. This is the place where ‘derivative and chain’ of ‘meaning and relationship occurs. Therefore the world can move and expand endlessly, and by that her work is produced, reproduce, evolve and change in its own way to be presented to us. I praise her again for creating an archipelago of ecstatic images with unique materials such as ‘buttons and pins’ and ‘dots and lines’, exposing the abyss of objects and space networks.
독수리의 부리와 봉황의 꼬리
2021년 뉴욕의 페이스북 본사에 황란 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었습니다.
독수리의 부리와 봉황의 꼬리를 연결한 이 작품으로 인해 그의 작업 전반에 대한 저의 생각도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롤랑 바르트가 소비의 대상으로서의 작품과 그것에 저항하는 텍스트를 구별했듯이, 이 작품을 통해 황란 작가의 영롱하고 화려한 작품의 살갗 속에 감춰진 핏줄과 세포를 새롭게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코로나가 한창이었습니다. 그 고통을 통해서 인류는 매우 단순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어항 속의 물고기가 같은 물을 마시듯이, 지구상의 인류는 모두 같은 공기로 숨을 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류는 모든 비인류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배제되고 폄하되고 잊혀졌던 존재들과 다시 교감하고 애정하는 ‘世界感’으로, 사물의 본질이나 단독자 인간을 탐구하던 존재론에서 인류와 비인류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는 생태철학(Ecosophy)으로 관심과 관점이 확장되고 전환되었습니다.
페이스북 본사에 설치된 황란의 작품은 수많은 점들을 연결하는 수많은 선들의 관계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평면 위에 그려진 선이 아니라 공간 속에 실재하는 선입니다. 작품을 구성하는 점과 선은 인체를 구성하는 세포나 혈관과도 같습니다. 그들은 모두 몸과 작품의 신체성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로서 관계적이며 상호의존적입니다. 마치 끝없이 이어진 존재들을 우주적 스케일로 사유하는 만다라의 그물코와 그물망처럼, 황란의 작품은 이 점과 선들이 이루는 ‘관계의 그물’ 그 자체입니다. 그물코와 그물망의 네트워크를 통해서만 모든 이미지와 사물들은 자신을 우주 속에 현상할 수 있습니다. ‘관계’ 그 자체가 ‘전체’인 셈입니다. 네트워크의 세계에는 중심과 주변의 경계도 없으며, 어떤 중심을 전제하는 원심력이나 구심력도 작동할 수 없습니다. 황란의 작품은 이것이 있어야 저것도 있을 수 있다는 이러한 ‘상즉(相卽)’의 세계, 순수한 관계망의 세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설치된 곳이 페이스북 본사라는 장소성도 매우 상징적입니다. 이곳은 국가, 인종, 종교를 막론하고 전 인류를 하나로 이어주는 플랫폼입니다.
www(wood wide web)이 식물계와 자연계의 아날로그적 네트워크를 지칭한다면,
www(world wide web)은 인공적인 문명의 디지털 네트워크를 상징합니다.
이곳에 이 작품을 설치함으로써 이질적인 두 세계의 www을 하나로 연결하고 있습니다. 비가시적이고 비트(bit)의 세계를 상징하는 공간에, 가시적인 아톰(atom)의 세계가 들어선 것입니다. 이것은 가상의 네트워크 안에 현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통합하려는 시도처럼 보여집니다. 이 점에서 저는 작가뿐만 아니라 이 전시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큐레이터에게도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황란의 작품을 동양적이라거나 한국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합니다. 뚜렷한 구분 짓기와 경계 나누기는 ‘인간/주체’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서만 작동할 뿐입니다. 점과 선으로 연결되고 공간적으로 확장되어 나가는 황란의 건축적 구축은, 우주 속에서 끝없이 생성되고 있는 별들의 군도를 연상시킵니다. 이러한 세계의 ‘자기 조직화’와 ‘자기 생성’이야말로 생명의 신비이자 우주의 기본 법칙이라 부를 수 있으며, 황란의 작품이 생산되고 관계 맺고 존재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독수리의 부리와 봉황의 꼬리가 결합 된 이 작품의 위쪽에 자리 잡은 거미줄과 거미도 매우 매혹적이고 상징적입니다. 거미는 부단히 자기를 조직하고 자기 생성을 시도하는 작가 자신에 대한 은유로 보여집니다.
황란의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거미줄과 거미는 그의 또 다른 시그니처 재료라고 할 수 있는 ‘단추’와 ‘못’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마 단추와 못을 작품의 핵심적인 재료로 쓰는 작가는 이 세상에 그가 유일할 겁니다. 황란의 단추와 못은 우리에게 디지털 세계의 비트, 0과 1을 연상시킵니다. 마치 0과 1만으로 무궁무진한 가상 세계를 창조하듯이, 자음과 모음의 결합만으로 문장을 짓고 인류 문명을 이룩했듯이, 그는 단추와 못 만으로 매화를 그리고, 건물을 올리고, 이미지의 세계를 구축합니다. 이 보잘것없고 일상적인 재료로 밤하늘의 은하수 같은 영롱한 이미지의 군도를 생성합니다. 황란 작가는 자음과 모음, 디지털과 아날로그, 혈관과 세포를 연상시키는 ‘점과 선’, ‘단추와 못’을 부단히 잇고(和) 합쳐서(合), 자기만의 독창적인 웹(Web) 세계를 만들었습니다. 그에게 있어 작가적 삶과 작품은, 그 스스로가 거미줄과 거미의 관계로 비유하듯이, 연속적이며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황란이라는 실존적 존재와 연결된 모든 사물의 네트워크, 우주적 네트워크의 결정체, 그 자체가 됩니다.
관계 그 자체로 성립되는 황란의 작품은 그 속에 숨어있는 무수한 ‘바르트적 텍스트’들이 독자들의 世界感과 연결되고 활성화되는 순간, 작품과 독자는 다시 새로운 네트워크의 세계로 빨려들어 갑니다. 어느 찰나의 순간에 발생한 우연한 사건처럼, 관계의 연쇄에 의해 매순간 새롭게 태어나는 그의 작품은, 다시 또 다른 ‘의미와 관계’의 ‘파생과 연쇄’가 발생하는 새로운 사건의 거소가 됩니다. 덕분에 세계는 끝없는 운동과 팽창을 지속할 수 있고, 그의 작품은 오늘도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생성과 번식, 진화와 변화를 거듭하며, 우리 눈앞에 자신을 스스로 현상하고 있습니다. ‘단추와 못’ ‘점과 선’이라는 독특한 재료로 황홀한 이미지의 군도를 만들고, 사물과 우주적 네트워크의 심연을 드러내고 있는 그에게 다시한번 찬사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