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n Hwang: Transfigurations of the Commonplace
Eleanor Heartney
In her current work, Korean artist Ran Hwang offers meditations on time, transience and change. She creates exquisite pointillist compositions “painted” with her trademark medium of tiny buttons, or in one case, little colored papers, that have been painstakingly pinned to plexiglass and wooden panels. Her images, which draw from Asian and Western sources, are chosen for their metaphoric associations.
A recurring image involves branches laden with cherry blossoms, Asian symbols of the ephemeral nature of life. In one such work, the blossoms spread out over the wall, their brilliant red providing a counterpoint to a gold ground that echoes traditional Japanese Edo painting. In another, the blossoms are a more subdued pink, captured within a tondo where they partially obscure a representation of the Buddha. The Buddha appears unobscured in a work composed of colored papers pinned to a panel. In a darker mood, a collection of mother of pearl buttons create the image of a funerary urn viewed from above.
And most spectacularly, Hwang presents an installation that combines still objects and moving imagery. This work consists of a virtual forest spread out over a curved wall of plexi panels. Affixed with buttons and overlaid with video images, this forest undergoes the passage from winter to spring to summer and back again, as cherry blossoms emerge from falling snow, change from white to red, and are consumed by an army of black spiders. These latter are painted on round plexi discs whose swaying motion creates the illusion that the spiders are moving. The spiders are invisible until the projected light allows them to appear.They appear, dissolve the blossoms and disappear, making way for the black void of a new beginning as the cycle begins again.
Hwang’s work is often discussed in the context of Buddhism. This influence is evident in the subject matter of her mesmerizing paintings and installations. These often draw on such traditional Buddhist imagery as birds, blossoms and Buddhist architecture, as well as the image of the Buddha himself. Buddhism also underscores Hwang’s working methods. The laborious process of affixing thousands of tiny buttons to sheets of plexiglass or wood with pins becomes a meditative experience for the artist. Buddhism is further evoked in the larger themes she explores, especially in her concern with the cyclical nature of time and the inevitable alternation of decay and rebirth.
But Buddhism is only part of Hwang’s heritage. As a Korean born woman who has lived in the United States since 1997, her consciousness is amélange of influences,
all of which mingle in her complexly layered work. She notes that while she was brought up in a Buddhist family, she had grown away from Buddhism until she witnessed the events of September 11, 2001. The sight of the burning buildings and falling bodies brought her back to questions of mortality, time and the fragility of life. It was after this experience that the Buddha began to appear in her work, taking his place among other less specifically Asian images. Reflecting on her bi-cultural consciousness, Hwang says, “I use Western objects with Oriental mind.”
The mix of influences is apparent in many ways. Take, for instance, Hwang’s transformation of quotidian materials. Tiny buttons, vestiges of her background in fashion design, are pinned to flat surfaces so that they tremble in the air and glint with shifting light. The results, so magical, are rendered even more extraordinary by the viewer’s recognition that these effects are created by the most ordinary of mass produced items. This state of transformation reflects Buddhist teachings about the illusory nature of the visible world. However, it also seems to owe something to a more Western based notion of the readymade. Introduced by Duchamp, taken up by Warhol and now widely adopted by contemporary artists, the readymade participates in what philosopher/critic Arthur Danto termed “The Transfiguration of the Commonplace”. Danto was interested in how art can be differentiated from non-art. In a manner analogous to Christianity’s glorification of ordinary objects into vessels of divine Spirit, he argued, art is also about this almost alchemical process by which prosaic objects and materials are imbued with meaning and artistic value. In Hwang’s work, buttons and pins become so much more – in their subtle, trembling movement, they become metaphors for human freedom. The webs that entangle the blossoms in the installation and the spiders that consume them serve as reminders that this freedom is always under threat.
Another important aspect of Hwang’s work is its relation to current debates over the role of craft traditions and aesthetic beauty in contemporary art. Here again, there is an interesting interplay between Asian and Western approaches to art. Craft and beauty are integral to Asian art traditions. By contrast, in the West, Modernism separated high from low art, relegating the craft traditions to the lower strata of the art hierarchy. It was only with the emergence of post-modernism, urged on by feminist artists who challenged the denigration of practices like beading, embroidery, ceramics and sewing as “women’s work”, that craft began to regain respectability in mainstream western art. But craft based work remains a bit of an orphan child, so that artists whose work draws on craft are often viewed with suspicion by “serious” art observers.
The concept of beauty has a similarly troubled history in the West. Modernism embraced beauty as the goal of art, seeing it as the quality that elevated art above ordinary life and experience. Artists reacting against Modernism regarded this as an elitist position, and turned on beauty, espousing an “anti-aesthetic” stance that they believed was closer to their ideals of truth, egalitarianism and moral responsibility.
But in recent years, beauty has made a comeback, as artists and writers have come to understand that beauty addresses a basic human need for balance and harmony and can serve as a humanizing force.
Hwang sweeps away these reservations about craft and beauty. Her work reflects a full throttle embrace of the power of art to persuade through an appeal to sensory pleasure. This puts her in the company of such kindred spirits as Liza Lou, Fred Tomaselli and El Anatsui, other artists whose work also overwhelms the viewer with the beauty of ordinary materials arranged with an almost obsessive sense of craft. Hwang takes these ideas and reworks them to express a hybrid sensibility that merges East and West. In the process, she suggests that the transfiguration of the commonplace is a cross cultural concept that allows us to grasp a universe that is so much larger than ourselves.
황란: 일상적인 것의 변용
엘레노어 허트니
한국인 작가 황란의 최근 작업은 시간의 덧없음과 변화에 대해 명상적인 시점을 제공한다. 황란은 자신만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작은 단추 – 때로 그것은 색을 입힌 한지로 만들기도 한다. – 를 핀을 이용하여 나무판이나 플랙시 글라스에 고정하는 정교한 작업방식을 구사하는데, 이러한 기법은 점묘법을 연상하게 한다. 작품의 이미지는 은유적 관련성이 있는 것들로 동서양의 이미지 중 작가가 신중하게 선택한 것들이다.
동양에서 인생의 덧없음과 짧음을 비유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벚꽃은 황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이미지이다. 어떤 작품에서는 일본 에도 시대의 작품을 연상 시키는 금빛 땅을 배경으로 이와 대조를 이루는 붉은 매화나무가 벽 전체로 번져나가고 있는가 하면, 둥근 틀을 이용하여 만든 또 다른 작품에서는 옅은 분홍빛의 매화가 한지단추를 핀으로 고정하여 형상화 한 부처를 부분적으로 가리고 있기도 하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위에서 내려다 본 장례식용 항아리를 조개단추를 이용하여 만듦으로써 좀더 어두운 분위기를 구현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정적인 오브제와 동적인 형상이 융합되어 있는 황란의 설치작업은 놀랄만한 힘을 발휘한다. 둥근 곡선의 플랙시 판넬을 불규칙하게 설치하여 가상의 숲을 구현하고 있는 이 작품에서 작가는 플랙시 판넬 위에 핀으로 단추를 고정한 후, 그 위에 다시 영상 이미지를 투사함으로써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로 변화해 가는 숲을 표현하고 있다. 흩날리는 흰 눈은 흰 꽃 봉우리로 변화하고, 붉은 색으로 만개한 후, 결국은 수많은 검은색 거미들에 의해 잠식당한다. 빛이 작품에 투영되면 둥근 판 위에 새겨진 거미들이 나타나며, 이 판의 미세한 흔들림은 그 위에 구현된 거미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환영을 만들어 낸다. 벚꽃을 다 먹어 치운 거미들은 새로운 순환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 화면을 검게 물들인다.
이러한 황란의 작업은 자주 불교적인 맥락에서 논의되곤 한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매력적인 작품들과 설치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며, 작품의 소재로 등장하는 새, 벚꽃, 불교 건축물, 그리고 부처의 형상 역시 그러하다. 더 나아가, 작가의 작업방식 역시 불교의 영향을 드러낸다. 수많은 단추를 플렉시 글라스와 나무 판에 핀으로 고정시키는 작업은 작업하는 이에게 명상의 시간을 제공한다. 이러한 황란의 작업은 자연의 순환이나, 생성과 소멸의 거듭되는 윤회라는 좀더 커다란 불교적 가르침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불교는 황란이 자라온 환경의 일부일 뿐이다.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1997년 이후 미국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여러 문화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녀의 작품은 이런 복합적인 양상을 반영하고 있다. 불교를 믿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9/11 사태를 경험하기 전까지 작가는 불교를 멀리했다고 한다. 불타 오르는 빌딩과 추락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죽음과 시간 그리고 삶의 유약함에 대해 생각하게 된 이후, 황란의 작업에는 동양의 이미지들과 함께 부처가 자주 등장하게 된다. 동서양의 문화를 모두 경험한 그녀는 스스로를 서양의 오브제를 통해 동양적인 사상을 드러내는 작가로 규정한다.
작가의 의식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준 다양한 요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에 표출된다. 우선, 작가가 사용하는 평범한 재료들의 변신을 먼저 살펴보자. 과거 패션업계에 몸담았던 경험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작은 단추들은 벽에 걸림으로써 바람에 흔들리고 빛을 받아 반짝거린다. 이 마법 같은 변신은 관람객들이 작품의 재료가 단추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데, 이러한 변화는 현세의 덧없음과 허망함을 설법한 불교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한편, 황란의 작업은 서양의 레디메이드 개념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은 것이다. 뒤샹이 소개하고 워홀이 받아들였던 이 개념은 이제 현대작가들에 의해 널리 차용되고 있다. 철학자이자 평론가이며, 예술이 어떻게 비예술과 다른지에 관해 관심을 가졌던 단토는 『일상적인 것의 변용』에서 기독교에 의해 평범한 물건들이 성스러운 성물로 경배되듯, 예술 역시 지극히 평범한 사물과 재료들에 예술적 가치와 부여하는 연금술과 같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볼 때, 황란의 작품에서 단추와 핀이 지니는 가치는 실로 굉장하다. 작은 떨림을 통해 인간의 자유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단추와 핀은 벚꽃 가지와 그것을 먹어 치우는 거미들로 형상화 됨으로써 인간의 자유가 항상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더 나아가, 황란의 작업은 현대미술에서 차지하는 공예적인 전통과 그것의 심미적인 측면에 대해 재고하게 한다. 우리는 황란의 작업에서 예술에 대한 동서양의 서로 다른 접근법이 교차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동양예술에서 공예는 오랫동안 중시되어 왔다. 반면 서양의 경우, 모더니즘은 고급예술(high art)과 저급예술(low art)을 구분하고, 공예를 낮은 서열에 위치시켰다. 구슬, 자수, 세라믹, 바느질 등과 관련된 작업을 단순히 ‘여성의 일’로 폄하하는 것에 대해 여성주의 작가들이 반기를 들어 포스트모더니즘을 추동한 이후, 비로소 공예는 서양예술의 주류로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여전히 공예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것으로 여겨지거나, 또는 아직도 공예를 기반으로 하는 작가들은 관객들로부터 의심에 찬 눈총을 받기도 한다.
한편, 서양의 경우, 미의 개념 조차도 하나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다. 모더니즘은 미를 예술의 목표로 삼았고, 미를 통해 예술이 평범한 삶과 경험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이에 반해 모더니즘에 반대하는 예술가들은 이를 엘리트 지향주의라 폄하하면서, 자신들이 지향하는 반미학적 입장이 진실, 평등, 도덕적 책임감 등에 좀더 가까운 것임을 주장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미의 개념이 중시되면서 작가들은 미적 아름다움이 삶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 위한 인간의 필요조건이며, 더 나아가 인도주의적인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황란의 작품은 이상에서 살펴본 공예와 미의 개념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킬 수 있게 한다. 그녀의 작품은 감각적 즐거움을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예술이 가지고 있는 무한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이 지점은 리자 루, 프레드 토마셀리, 엘 아나수이와 유사하다. 이들은 편집증적인 수준의 작업과정을 통해 평범했던 재료들을 미적으로 재배치함으로써 거기에서 오는 아름다움으로 관객을 압도한다. 이상에서 살펴본 다양한 개념들에 근거하여 동서양의 혼합된 감정을 표현하는 황란의 작업은 일상적인 것의 변용이 상호문화적인 것이며,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는데 지대한 도움을 주는 것임을 강변하고 있다.